작년, 2021년 한해동안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을 정리하고 또 공유하고자 회고를 작성합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업가를 양성하는 정부 사업입니다.
모집은 보통 3월에 시작하며, 4월부터 5월까지의 예비과정과 6월에서 11월까지의 본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비과정 중에는 보통 오리엔테이션, 해커톤 등의 몇 가지 공식 일정을 진행하며 그 외에는 멘토님들의 강의를 자율적으로 신청하여 듣습니다. 공식 일정은 보통 필참이지만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멘토님들이 진행하는 강의는 최소 수강해야 하는 시수가 있기는 하지만 금방 채울 수 있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강의를 신청해서 거의 매일매일 강의를 들었습니다만 강의를 별로 안 들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경험상 강의 내용은 멘토님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어떤 멘토님은 대충 시간만 때우시는 게 보이는 반면 어떤 멘토님은 설명을 더 해 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강의는 또한 PPT를 보고 그대로 읽는 - 정말 재미없기 그지없는 - 그런 강의였고, 어떤 강의는 실습 기반의 흥미로운 강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예비과정 동안의 강의는 좋은 멘토님을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가장 확실한 정보는 이전 기수 연수생들의 정보지만 아는 이전 기수 연수생이 없다면 매번 다른 멘토님을 만나보며 강의를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전반기에는 강의를 거의 안 올리시다가 후반기에 가끔 하나씩 올리시는 은둔고수형 멘토님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중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본과정은, 12기 기준으로, 연수생 3명이 한 팀이 되고 멘토님 3분을 섭외하여 팀이 구성됩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습니다.
-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어떤 기술 스택, 개발 방법론을 사용할지를 모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심지어 프로젝트를 멘토님의 지휘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혹은 그냥 팀원들이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멘토님은 조언만 해 주실 수도 있습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무실을 구해서 출퇴근을 할 수도, 모두 원격으로 진행할 수도, 혹은 원룸 등을 구해서 같이 살면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본과정 진행 동안에는 모든 팀들이 각양각색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저희 팀은 지방에서 올라온 팀원이 있어서, 그 팀원이 자취방을 구할 때 애초에 넓은 자취방을 구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일주일에 3~5일정도 살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본과정 진행 동안에는 기획심의, 중간평가, 최종평가라는 세 번의 평가가 있습니다. 세 평가 모두 프로젝트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사업성이나 기술적 가치가 있는지, 어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프로젝트인지 등을 평가합니다. 이 점수는 프로젝트 점수, 즉 팀 전체가 똑같이 받는 점수입니다. 기획심의 때의 기획은 최종 점수에 반영되지 않으며 중간, 최종평가 점수만이 반영됩니다. 단 최종평가 점수가 비율이 매우 커서 그때 점수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최종평가를 칠 때쯤 TOPCIT이라는 시험을 보게 됩니다. 이 시험 점수와 멘토님이 각 연수생에게 매기는 점수, 그리고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 점수를 합쳐서 개인의 최종 점수가 결정됩니다.
이 점수 기준으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연수생은 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인증을 받은 연수생은 해외 연수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저 역시 운 좋게도 아슬아슬하게 상위 10%에 걸쳐서 해외 연수를 갔다올 수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입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정말 다양한 기술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멘토님들도 그렇고 연수생들도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네트워크를 잘 쌓으면 나중에 정말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단순히 취직이나 창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결정할 일이 많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장점은 경험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뭔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걸 공부하면 되지만, 만약 내가 뭔가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 그건 문제다. 그렇다면, 내가 뭔가를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경우에는 무언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보아야만 합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는 그런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팀 프로젝트, 그것도 단기가 아니라 6개월이 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창업을 하게 된다면 지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프로덕트를 매각한다면 적절한 가격은? 우리 프로덕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산정하는 방법은? 만약 개발 요구사항이 너무 많을 때 이걸 잘 조율하는 방법은? 팀원과 갈등이 생긴다면? 저는 소마를 진행하면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이런 문제들을 직접 부딛혀 보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관찰하면서 식견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회사에 입사하거나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보통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는 이미 정해져있고 풀이법을 찾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소마에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를 직접 찾아야 합니다. 이것 역시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사회에서 이런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항상 경제적, 사회적 리스크가 따릅니다. 그러나 소마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상사도 없고 부하 직원도 없으며 (프로젝트 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리스크 없이 여러가지 결정을 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증을 받았을 경우의 혜택입니다. 저는 이전까지 태어나서 한 번도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고, 만약 그곳에 뛰어든다면 저는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미국이라는 곳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곳의 삶은 어떤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해외 연수를 통해 미국을 방문해볼 수 있었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많은 체험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수는 연수생이 지출하는 돈이 거의 없고 전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연수였는데, 이를 통해 경제적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수 중 실리콘밸리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볼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어떤 기술 스택을 사용하는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사람을 어떻게 motivate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소마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어서 그 프로젝트로 창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정말 많은 지원이 제공됩니다. 특히 소마 연수생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창업 지원들이 여러가지 있어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많은 분들이 소마를 준비하고, 여러가지 정보를 얻습니다. 어떤 사람은 알고리즘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면접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소마에서 무엇을 배울지, 그 목표를 가지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그랬듯이 그 목표는 계속 바뀔 것입니다. 소마를 해 보니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소마는 큰 방향성과 각종 지원만을 제공할 뿐 연수생에게 상세한 커리큘럼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최대한 잘 이용하여 연수생이 무엇을 얻어갈지는 연수생 각자에게 달렸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멘토님들의 기술 지원과 소마의 자본 지원을 통해 개인이 하기 힘든 비싼 하드웨어 기반의 프로젝트를 계획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목표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일관되게 준비했고,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소마에 와 보니 기술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가 생각보다 중요하며, 제가 비즈니스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수정하여 프로덕트의 생애 주기, 즉 문제 정의, PoC, MVP, 고객 피드백을 통한 애자일한 개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유지보수 등을 경험해보는 것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목표는 저와 팀원들이 모두 공유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이것을 기준으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많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았으며 그것을 반영해가며 프로덕트를 계속 발전시켰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계속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물론...알고리즘이나 SQL, 웹에 대한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면 애초에 합격하기 힘드니까 공부를 좀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SQL이 약간 부족했는데 아래 사이트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땠는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진행하는 방법, 협업하는 법, 개발 우선순위 정하는 법, 갈등을 다루는 방법, 프로덕트를 광고하는 방법, 코드 리팩토링, 데이터베이스 아키텍쳐 설계, 시큐어 코딩, 안정적인 개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법, 쿠버네티스 기반의 서비스 운영 및 배포, 로드밸런싱,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방법,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 투자를 받은 후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팀원들과 다른 소마 연수생들과의 관계를 얻었습니다.
저는 1학기 휴학을 하고 소마를 시작했고 2학기도 이어서 휴학했습니다. 아직 군대를 안 갔다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군 복무도 많이 늦어졌고 따라서 졸업도 늦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고, 여기에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
물론 군대 갔는데 내가 제일 나이가 많으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