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낭비할 순 없다
입대할 때부터 1년 반이나 되는 긴 군생활을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반이면 어지간한 스타트업을 만들 수도 있고, 공부를 하더라도 수십 학점을 들을 수도 있는 시간이고, 수십 개의 기술 스택을 공부할 수 있으며, 온갖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절대 낭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입대 전부터 군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봤고 또 미리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입대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게 예상대로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잘 된 것 중 하나가 육군 창업 경진대회입니다.
육군창업경진대회란?
육군창업경진대회는 육군 내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대회입니다. 저는 2022년 제 8회 대회에 참여했고, 총 507팀, 1,666명의 참가자중 다행히 상위 25팀에 들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본선까지만 진출할 수 있었고, 창의상이라는 참가상 비슷한 상을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사령관상이어서 (무려 3스타!)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아마도 자동으로 국방부 창업경진대회의 참가 자격이 주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나?
저는 입대 이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경험이 있었고, 해외 연수를 통해 창업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로부터 창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진 강점은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임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창업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디어에 집중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은 알아서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60억, 70억, 80억에 달하는 인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아이디어 자체는 어떤 아이디어든 사실 이미 누군가는 제안했던 아이디어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보다는 그것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디어는 이전에 생각해둔 간단한 아이디어로 빠르게 결정했고,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이때 아이디어는 부동산 등기를 OCR과 AI를 통해 분석, 전세사기를 방지하자는 거였습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는 것 자체도 이미 어느정도의 방법론이 만들어져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자료 조사를 통한 타당성을 보충하고, 재무와 마케팅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사업계획서를 완성하기까지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시간이 약간 남기에 MVP를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만든 MVP는 여기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제출일 근처에 훈련이 잡혀 있어 그 이전에 모든 걸 끝내야 했고, 결과적으로 예선 제출일 2주 전쯤에 모든 자료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다른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선에 합격하게 되었고, 발표 PPT와 영상을 만들어서 제출했습니다.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만,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 일단 시간이 5분밖에 되지 않아 3개의 질문만을 할 수 있었으며
- 미리 제작한 질의응답 PPT를 보여주면서 표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 어떤 질문에서는 제가 경쟁사의 자료를 첨부한 것을 저희의 자료로 오해하여 질문하기도 하였습니다.
- 심지어 그 와중에 질문자 분의 마이크가 꺼져서 아까운 수십 초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 무엇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들어와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성찰
제가 제출한 프로덕트는 나쁘지 않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 수상자들을 보면 사회적인 임팩트가 큰 아이디어들이 당선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번에 나가게 된다면 좀 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덕트를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예상 질문을 더 준비했었어야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